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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도=한국일보] 승마 말 없이도 통했다!
날짜 2013-06-07

 승마, 말 없이도… 통했다!

 

 고삐·안장을 타고 전해지는 생명의 떨림과 '짙은 교감'
 귀족 스포츠 인식은 선입견… 비용 골프보다는 저렴
 운동효과 크고 체형 교정… 자폐·ADHD 치료 효과도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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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신성한 별 판도라의 생명체는 특수한 촉수를 갖고 있다. 머리 끝에 달린 이 촉수를 서로 연결해, 종(種)이 다른 생명과도 생각과 감정을 나눈다. 근사한 상상이다. USB 플러그를 소켓에 꽂듯 몸의 일부를 접속하는 것만으로 진화의 계통수 먼 뿌리에서 갈라진 형제와 교감할 수 있는 세계. 지구는 그게 안 되는 별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승마를 체험해보니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마주 댈 촉수는 없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210개의 훤칠한 뼈와 굳세고 우아한 근육을 지닌 형제는 생긴 것보다 훨씬 겁이 많고, 섬세하고, 따뜻했다.


승마, 교감의 기술

 

지난달 초 경기 고양시 로얄새들승마클럽. 처음 말을 탔다. 헬멧의 턱끈을 조이고 안전조끼를 입고 챕스(무릎 아래부터 발목 위까지 감싸는 각반)를 착용하고 장갑을 끼고 마장(馬場)으로 들어섰다. 승마를 위한 기본 복장이다. 열두 살배기 웜블러드종 말이 터벅터벅, 반대쪽 마방을 나와 교관과 함께 다가온다. 크다. 조랑말을 제외하면, 말과 마주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갖는 첫 인상이 '크다'다. 키(편자 위 발굽부터 견갑골 부위의 등성마루까지 높이) 150㎝, 몸무게 500㎏이 넘는 네 발 짐승이 핏줄 잔뜩 선 팽팽한 근육을 움직이며 다가오는 모습은 충분히 위압적이다.

"얘가 오늘 기분이 좋은가 보네요."

토닥토닥 머리를 쓰다듬으며 교관이 말했다. 귀를 쫑긋 앞으로 세우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이 방금 느꼈던 위압감과 거리가 멀다. 말은 감정이 풍부하고, 그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동물이다. 즐겁거나 호기심이 동할 땐 귀를 앞으로 세운다. 반대로 귀가 뒤로 향하고 눈을 내리깔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표시다. 귀를 뒤로 바짝 붙이고 이빨을 보일 때는 공격적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말은 기본적으로 겁이 무척 많은 초식동물이다. 위험을 감지하면 먼저 뛰고 나중에 생각하도록 진화했다. 지극히 조심스럽고 섬세하다. 남자보다 여자가 쉽게 승마에 재미를 붙이는 이유다.

멋들어지게 달리는 것만 목표로 삼는다면 승마를 취미로 갖기 힘들다. 말을 알아야 말을 제대로 탈 수 있는데, 말을 알아가는 일은 단순한 기승(騎乘)과는 차원이 다르다. 말의 성격과 생태에 익숙해지고 돌봐주고 대화를 나누는 데는 구보를 제대로 하게 되는 것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마치 커다란 애완동물을 다루는 것 같다. 말의 지능은 두세 살 어린아이 정도지만 기억력이 뛰어나 자신을 다루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오래 간직한다. 그래서 말과 교감하는 데 재미를 못 붙이면 말을 제대로 탈 수 없다. 교관은 "승마는 말을 타는 게 반, 말을 다루는 게 반"이라고 설명했다.

말에 올랐다. 따뜻했다. 말은 사람보다 1도 정도 체온이 높다. 그 1도가 묘한 안정감을 줬다. "뜨뜨뜨뜨뜨뜨." 혀를 입천장에 두드릴 때 나는 소리가 말에겐 "가자"는 신호다. 천천히 움직인다. 대퇴부에 닿는 촉감과 손에 쥔 고삐의 신축을 통해 수백 개 근육과 관절의 떨림이, 나를 태운 생명체의 기분이 전해진다.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말에 오르면 눈높이가 2.5m를 넘고 발이 공중에 뜬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기 쉽다. 그러면 뒤우뚱거리게 된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말과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살짝 발로 옆구리를 두드렸다. 박차(拍車). 말이 알아들었다. 속도가 나와 살을 맞댄 녀석의 진동과 호흡을 통해 내 몸으로 전해졌다.

귀족적인 '대중' 스포츠

승마는 골프보다 단계가 높은 귀족 스포츠로 여겨진다. 틀렸다곤 할 수 없다. 국내 승마 인구는 약 2만 5,000명. 골프 인구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괜찮은 말을 구입해서 관리하며 타는 데 드는 돈은 이탈리아산 슈퍼카를 들여와 굴리는 비용을 훌쩍 웃돈다. 그러니 언감생심, 배울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알고 보면 승마는 대중적인 스포츠다. 직접 마주(馬主)가 될 생각만 없으면 의외로 돈 들 일이 많지 않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승마 인구 중 말을 소유한 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중 스포츠로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되면 골프, 3만 달러가 되면 승마, 4만 달러가 되면 요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한 시간 승마를 즐기는(배우는) 비용은 8만~10만원 수준(수도권 기준)이다. 승마바지, 헬멧, 부츠, 장갑 등 기본 장비는 40만~50만원이면 갖출 수 있다. 없으면 빌려 쓰면 된다. 대부분 무료로 대여해 준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평보(시속 6㎞)와 속보(시속 15㎞)를 익히고 마장 안에서 혼자 말을 타기까지 20회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100회 정도를 더 타면 구보(시속 25㎞ 이상)를 하고 장애물 넘기 등의 마장마술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보통 10회, 20회 단위로 묶어서 할인된 값에 이용권을 판매한다. 120만원 정도의 비용이면 교관 없이 혼자서 말을 타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골프에 입문해 첫 라운딩을 할 때까지의 비용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셈.

승마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오해는 '그게 운동이 될까'하는 것이다. 하지만 승마는 말만큼이나 올라탄 사람도 체력 소모가 많은 스포츠다. 10분 간 말을 타면 500~1,000회 가량 온몸이 전후, 좌우, 상하로 움직인다. 평보로 승마를 할 때는 같은 시간 탁구를 한 것과 비슷한 열량 소모 효과가 있고, 속보는 배드민턴이나 농구, 구보는 테니스나 축구와 같은 운동을 한 효과가 있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허리와 등, 목을 꼿꼿이 세워야 하기 때문에 균형 감각을 키우고 자세를 교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복부의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장 운동이 활발해져 소화기관 강화와 변비 해소에 효과가 크다.

최근엔 승마의 의학적 효과도 주목 받고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에 대한 치료와 재활 효능이다. ADHD에는 사지를 이용한 대근육 운동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마는 온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데다가 주의를 집중하게 되는 운동이어서 ADHD 치료에 좋은 수단이다. 승마로 이분척추증, 다발상 경화증, 뇌병변 장애, 자폐증 등을 치유하는 히포테라피(hippotherapy)도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 말과 사람의 교감을 이용한 심리 치료도 가능하다. 말은 작은 두뇌에 비해 감정과 연관된 대뇌변연계가 발달해 있다. 사람이 말의 감정을 읽을 뿐 아니라 말도 사람의 감정을 읽는다.

[보도=일간스포츠] 승마 국가대표 김동선 선수 인터뷰
[촬영협찬]MBC 일일연속극 오로라 공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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